퍼온 글

이누이트 족의 노래(2)

망우초 2015. 6. 3. 12:31

                           

 

 

이누이트 족은 이누아 신을 숭배하는데, 이누아가 생물의 목숨과 죽음, 그리고 재생을 주관한다고 믿는다. 순록을 잡았을 때 그 자리에서 머리를 잘라 버리는 것도 머리에 깃든 영혼이 이누아 곁으로 돌아가 재생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인간도 죽으면 이누아 곁으로 간다고 믿는다. 따라서 삶에서 일어나는 일에 슬퍼하거나 한탄하지 않으며, 자연에 순응해 살아간다.
이들은 수백 편의 기도문과 노래를 간직하고서 원주민의 전통 생활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주로 극지방에 살기 때문에 이누이트족은 순록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으며, 늑대 털로 만든 후드가 달려 있다. 신발과 양말도 순록 가죽으로 만든다. '순록 가죽과 바닥에 깔 모피를 구하느라 늘 조바심쳤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일조량과 기온도 계절에 따라 큰 차이가 있어서 일정한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계절에 따라 이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불안하고 걱정할 일이 많다. 이것이 어디 이누이트족만의 일인가? 우리는 단순히 순록 가죽만 구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소비재를 나날이 구해야만 하고, 그 비용을 벌어야만 하고, 먹고살기 위해 늘 돌아다녀야 한다. 우리에 비하면 이누이트족의 불안감과 염려는 아무것도 아니다.

봄에 인생은 경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봄이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었는가? 아니다, 나는 다음에 낼 책을 노심초사하느라 나무들이 꺼내 보이는 꽃들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이미 많은 책을 냈는데도 늘 궁리를 안고 살았다. 여름에 인생은 경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여름이 나를 행복하게 했는가? 아니다,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하느라 늘 마음이 달리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늘 '다른 곳'에 가 있었고 마음이 언제나 분주했다. 지금 여기에 마음다함으로 깨어 있지 못했다. 존재의 신비와 세상의 경이로움들이 그렇게 나를 비켜 갔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가 안전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배가 건조된 목적은 아니라고 존 A. 셰드는 말했다. 어느 장소, 어느 환경에서든 걱정 없는 삶은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이누이트족 사람들처럼 격동적이고 불안정한 삶을 살더라도 그 삶이 순간순간 경이와 기쁨으로 채워지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 곧 새벽이 밝아 오고 태양이 하늘의 지붕 위로 떠오른다. 인생이 정말로 경이로 가득 차 있는지 이누이트족의 노래를 따라 불러 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