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글

망구에 이르니

망우초 2023. 2. 13. 13:50

              望九에 이르니

 

친구! 어쩌다 보니 우리 나이가 80을 넘어 망구에 이르고 말았구려. 남은 생이 살아 온 나날보다 분명 적다는 걸 생각하면 그지없이 허망하기도 하지. 그렇다고 남은 생이 그리 뾰족 할 것도 없지만 말이야.

어느 시인의 시 구절이 우리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아 여기 옮겨 보네.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1929~ )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올해 나이 94살인 이 시인은 충남 서산출신으로 중고등학교 교사를 역임했음.

 

흔히 집 나이, 만 나이 81살을 望九라고 부르는데 아마 치매 끼가 있는 노부부 이야기 내용을 시를 빌려 말하는 것 같네. 언젠가는 서로를 몰라보며 지내다가 종말을 맞이하겠지. 서글픈 이야기지. 하지만 어찌 할 것인가 인생은 유한 한 것. 앞으로 우리는 부부든 친구든 지인이든 서로간 온정의 손길을 주고받으며 한 생애 잘 살아가야하겠기에 푸념의 글을 올리나이다.

건승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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