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글

남녘의 봄, 비릿한 해조음에 젖다

망우초 2016. 4. 3. 20:11

               

 

             남녘의 봄, 비릿한 海潮音에 젖다

 

  어느 시인은 봄날 시를 쓰면서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고

표현하면서 뭘 생각했을까. 아마도 회색빛 겨울을 지내고

봄볕 따뜻함을 느끼려 그렇게 시작 했으리라.

  꽃샘바람도 잠잠해져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터에 남녘

항구도시 부산지역을 찾았다. 해운대 모래사장도, 오륙도가

보이는 이기대(二妓臺) 벼랑길도 거닐고 싶어 그 곳을 택했다.

  전주도 서울 쪽에선 남향이겠지만, 내륙의 끝자락 남녘의 봄은

한 발짝 더 일찍 와있었다. 전주를 떠나 춘향고을 남원에 이르니

산 목련, 산수유 꽃이 활짝 피고 함양, 함안을 거쳐 진주 이정표가

눈에 들어오더니만 벚꽃마저 만개해 봄의 꽃 대궐을 이루고 있었다.

  어느새 일행 중 누군가 박목월 시 “4월의 노래를 읊조린다.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고속도로변 산야의 봄꽃은 막 돋아나기 시작한 연초록 잎 새와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초봄은 이래서

완연한 봄보다 좋게 느끼는가 보다. 이때 모든 풀, 잎 새는 그래서

독성이 없어 나물로 많이들 먹는 게 아닌가.

  스쳐지나가는 창밖의 자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경남 도계를 벗어나 부산에 다다른다. 해질녘 부산 도심으로

들어오니 안개인지 매연인지 시야가 부옇게 다가왔다.

  일행은 해운대 부근 숙소에 짐을 풀고 서둘러 바닷가에 나왔다.

약간 냉기를 품고 불어오는 비릿한 해풍은 철석거리며 모래를

적시고 있고, 해면에 비치는 저녁노을은 해조음과 색··소리의

조화를 잘 이뤄내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은 시티투어다. 오전 930분 시작한 부산시내

투어는 오후 6시에 끝났다. 오전에 몇 군데를 들리고 오후엔

태종대를 거쳐 찾은 곳이 흰여울 문화마을. 이 마을은

흰여울길과 절영해안산책로 코스가 자랑이란다.

  굽은 길을 걷다보면 벼랑 아래 배들이 점점이 떠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것은 배들의 주차장묘박지(錨泊地)이다.

백 여 채의 크고 작은 선박들이 수리나 급유를 위해 잠시 닻을

내리고 순서를 기다리며 머무는 곳, 바다의 이색적인 풍경이다.

  여기서 우리는 영화 변호인의 촬영 장소였던 좁고, 초라하고,

아주 서민적인 그런 시멘트 벽돌집을 탐방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포스팅한 것이어서 그랬는지 관객동원 1200만이라는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이기도 했다. 주인공이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에 가난한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부산 도심의 활기 넘치고, 사람 냄새나는 초고층빌딩 숲을 걸었던

것보다 바닷길과 산책로, 둘레 길을 트래킹 한 것이 더욱 인상적여서

항도 부산의 참맛을 본 것 같다.

  이튼 날 부산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 내킨 김에 일행은 김해를

들리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으로 봉하마을 치니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11번 길이 나온다.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을 탐방했다. 노대통령의 족적이 한 눈에

들어오는 사진과 영상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밀대 모자를 쓰고 억새

밭길을 걷는 모습이 있고, 발을 걷어 부치고 논 속에 들어가있는

광경도 눈에 띈다.

  너럭바위 묘소 앞 경내는 온통 당신을 기억 하겠습니다

미안 합니다라는 추모의 글귀가 새겨진 박석 만8천 여 개가

모자이크되어 바닥에 깔려있었다. 발 밑 바닥에서 추모 글귀가

목소리가 되어 수런거리는 것 같았다. 동북쪽으로 먼 듯 가까운 듯

봉화산과 부엉이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직은 수목들이 잎을 감추고 나목으로 산을 에워싸고 있었다.

봉하마을을 벗어나면서 우리는, 그 고장이 자랑하는 달지도

쓰지도 않는 봉하 찰보리 건강빵 한 봉지를 가게에서 구입

한 입 한 입 씹었다. 봄볕에 달궈진 승용차 안이 무척 뜨겁고 더웠다.

 

              해운대 빌딩사이로 지는 해

 

 

               모래를 적시는 저녁 파도

 

 

            이기대에서 바라 본 오륙도

 

           바다의 이색적인 풍경, 묘박지 

 

       바다를 끼고 도는 절영해안산책로  

 

          흰여울길 변의"변호인"촬영지

 

        촬영했던 가옥 담벽

 

               아! 저기가 부엉이 바위

        

            노대통령  묘소  너럭바위

   

      

         못다 한 얘기들 박석에 새기다                                                                                    

             

                                            2016.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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