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엉겅퀴는 이 시처럼
작은 꽃입니다.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때 특히 그렇죠.
활짝 피면 바늘처럼 보이는 꽃. 피를 잘 엉기게
해준다는 뜻인 엉겅퀴는 가시엉겅퀴, 좁은 잎 엉겅퀴,
도깨비엉겅퀴, 금 엉겅퀴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 시를 쓴 라이너 쿤체는 독일 출신 시인으로
시는 짧게 쓰며 글을 쓰면서 대문자로 써야 할 명사마저
거의 소문자로 쓰는 최대한 낮은 목소리를 갖춘
시인이랍니다.
라이너 쿤체는 고요하고 섬세한 시를 쓰는
저항 시인으로서
혹독한 감시를 받아 왔답니다.
너무 크면 남을 방해하게 되고,
남을 가리게 되고 그래서 그게 싫어
뒤로 물러서는 자세를 갖춘다는 것입니다.
다른 존재를 가리고 싶지 않아 땅에 몸을 대고
작게 살며 항상 남들의 그림자 속에 있다는
것이지요. 은 엉겅퀴처럼.
그러나 은 엉겅퀴는 신기하게도 남들의 그림자
속에서도 빛을 낸답니다. 은빛을.
많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크지만 작은 몸처럼
낮추고, 배려하고, 겸손하게 살라는
우리 노년에 던져 주는 경고의 詩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