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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들이, 영광(靈光)의 길

망우초 2017. 9. 23. 16:02

                 

 

                        가을나들이, 영광(靈光)의 길

 

 

 

 

 

 

전주지회 올 가을 나들이는 신령스러운 빛의 고장 영광 땅이다.

회우들을 태운 전세버스가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들녘은 온통 황금물결이었다.

들길에는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한창 피어나고 추석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감나무는 붉은 열매를 맺기 위해 가을볕을

분주히 받고 있었다.

 

 

 

 

들녘의 콩대와 수수목이 뒤질세라 누렇게 익어가 농촌의 풍광을

잘 그려주고 있고 그 위를 나르는 고추잠자리가 한가롭게 날고 있었다.

버스 안은 한 盞 한 盞이 돌며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웃음꽃을

피우고 정보공유와 덕담들이 이어져 갔다.

백양사 휴게소에서 잠간 쉬고 달리니 어느새 영광 땅이다. 영광은

이름 그대로 신령스러운 빛의 고장 같다. 백제불교를 처음으로

가져와 전파시킨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발을 내딛은 곳이 영광이고

소태산 박중빈이 대각을 이뤄 원불교를 번창시킨 곳이 역시

영광이다. 빛을 일궈 인류에 보답하는 한빛원자력발전소도 영광

땅에서 그 빛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인가. 불갑사로 가는 길은

온통 핏빛 꽃이다.

 

                           -꽃무릇-

 

꽃무릇, 석산(石蒜)이라고도 부르는 이 꽃은 불갑사를 중심으로 불같이

활활 타오르며 활짝 피어 탐방객을 꽃 대궐로 끌고 가고 있었다. 불갑사

꽃무릇은 처음은 자연군락지로 주변을 물들였을 것이다. 그 뒤 스님들이

한 해 한 해 구근을 캐 모아 이웃에서 이웃으로 번식시켜 이렇게 명물을

만들은 것이다. 흔히 꽃무릇을 상사화와 같은 이름으로 함께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상사화와는 전혀 다르다. 

 

         -상사화-

 

생물 분류체계에서도 백합목()에 수선화과()이지만 종이 다른 것이다.

상사화는 7~8월에 꽃을 피우며 꽃의 모양도 꽃술과 잎의 길이가 같지만

꽃무릇은 꽃잎보다 꽃술이 길고 피는 시기도 9~10월까지 핀다.

보기에도 확연히 다르다.

사람과 침팬지의 경우, 같은 영장목()이지만 사람은 인류과() 호모속()이고

침팬지는 영장목에 유인원과의 판속()이다. 꽃 역시 이렇게 종이 다르기 때문에

꽃무릇과 상사화는 구별해서 불러 줘야한다. 그래야만 이 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꽃무릇은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다 해서 花葉不相見이라 했던가.

절간의 이 꽃들은 더욱 쓸쓸하고 가엽기만 하다. 언젠가 이들 -이 서로

만나기를 기원하며 우리는 아쉽게 불갑사 꽃길을 떠났다.

다음은 법성포. 포구치고는 썩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에 성인

물가 이다. 알고 보니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에 처음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중국을 거처 백제 땅 법성에 짐을 풀었다 해서 그 이름을

법성포라 부르게 된 것이라 한다. 일단 우리는 포구 쪽에 갔다.

옛날 조선시대에는 이 곳 법성나루에서 호남지방의 농수산물을 가득 실은

배가 일부는 서울 마포나루까지 가고 멀리는 중국대륙까지 갔었단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포항항, 군산항, 인천항들이 근대식 항만시설을

갖추면서부터 번성했던 옛 모습은 사라지고 말은 것이다. 지금은

그야 말로 고깃배 몇 척만이 포구를 지킬 뿐 한적하기 그지없다.

 

 

 

바다에는 배만 떠있고 어부들 노래 소리 멎은 지 오래일세.” 라고

부르는 대중가요 한 구절이 생각난다. ‘격세지감이 이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러나 법성포구가 조운(漕運)으로써의 그 전성기는 잃었지만 굴비 법성포

명맥만은 그런데로 유지하고 있다.

 

 

 

 

 

포구를 왼쪽으로 산비탈을 한참 오르니 마라난타사()가 보인다. 인도

불교를 백제에 처음 전파한 승려 마라난타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절이다.

여기엔 마라난타가 찾은 뱃길이 훤히 보이는 곳에 부용루를 짓고

4면 대불상을 세운다음 탑원과 유물전시관을 세우고 그를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가 그 곳을 찾은 날이 일부 건물 공사 중이어서

먼발치에서 윤곽만이 볼 수 있었다.

 

 

 

빛의 고장 영광의 발길은 빛을 내뿜는 원자력발전소 탐방을 마지막으로 귀가

길에 올랐다.

한빛 원자력은 지금 재도약 중이다. 존재가치가 탁월한데도 존치 여부를 두고

국제적으로 고심이 큰 분야이기도하다. 하지만 발전(發電)방향이 신소재에너지 쪽으로

흐르는 것만은 분명해 앞으로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사진/ 글 오인모      - 2017. 9. 19.